만성 B형간염 환자를 위한 조기 항바이러스 치료의 중요성

B형간염, 간암의 주요 원인

B형간염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간 질환 중 하나로, 만성화될 경우 간경화 및 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만성 B형간염이 간암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간암 환자의 약 70%가 B형간염을 원인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만성 B형간염 환자들에게 적절한 시점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현재 치료 기준은 간수치(ALT,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 수치)의 상승 여부와 간경화 진행 여부에 따라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연구진의 연구 결과, 기존 치료 기준과 관계없이 혈중 B형간염 바이러스(HBV) 수치에 따라 조기에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해야 간암 및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B형간염에 대한 치료 가이드라인이 변경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연구 결과, 조기 치료의 필요성 강조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팀은 한국과 대만의 병원에서 간수치가 정상이고 간경화가 없는 만성 B형간염 환자 중 혈중 바이러스 수치가 중등도 이상인 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수행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치료 기준을 기존의 '간수치 상승'이나 '간경화 여부'에서 '혈중 바이러스 수치'로 변경해야 한다는 중요한 근거를 제공하는 연구였습니다. 연구진은 2019년 2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한국 및 대만의 22개 병원에서 총 734명의 만성 B형간염 환자를 등록하여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환자들은 간경화가 없고 간수치가 정상 범위였지만, 혈중 간염 바이러스 농도가 4 log10 IU/mL에서 8 log10 IU/mL(중등도 이상 수준)에 해당하는 상태였습니다. 연구팀은 이 환자들을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는 치료군(369명)과 치료 없이 관찰만 하는 대조군(365명) 으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치료군에서는 B형간염 항바이러스제인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TAF) 를 하루 한 알씩 복용하도록 하였으며, 두 그룹을 평균 17개월 동안 추적·관찰하며 치료 효과를 비교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조기에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치료 없이 관찰만 한 환자들보다 간암, 간부전, 간이식, 사망 등 심각한 이상반응 발생 위험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임상 연구 결과

1. 주요 평가 지표(간암, 간부전, 간이식, 사망 등)의 발생률 비교

   • 항바이러스 치료군: 연간 100명당 0.33명
   • 관찰군: 연간 100명당 1.57명
   • 즉, 조기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간 관련 주요 부작용 발생 위험이 79% 더 낮았습니다.

2. B형간염 바이러스 수치와 간암 발생의 상관관계

   • 이전 연구에서도 서울아산병원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혈중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6 log10 IU/mL(100만 단위) 이상일수록 간암 발생 위험도가 매우 높아진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또다시 혈중 바이러스 농도가 높은 환자들은 장기간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아도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간암 발생 위험을 유지한다는 점을 증명했습니다.
   • 즉, 바이러스 수치가 위험 구간에 도달하기 이전에 조기 치료를 받을수록 간암 발생률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 미치는 의미와 치료 기준 개정 필요성

임영석 교수는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간암은 국내 중년 암 사망률 1위 암이며, 매년 1만 2천여 명이 간암을 진단받고 약 8천여 명이 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간암 환자의 대부분이 경제활동이 활발한 연령대(40~60대)에 속해 있어, 가정과 사회 전체에 끼치는 경제적·정신적 피해가 매우 크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또한, 현재 치료 기준이 너무 엄격하여 전체 만성 B형간염 환자의 20%만이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행 진료 가이드라인과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기 치료의 사회적 이점

향후 조기 항바이러스 치료가 확대될 경우, 연구팀은 향후 15년간 국내에서 약 4만 3천 명의 간암 발생과 약 3만 7천 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즉, 환자 개인뿐만 아니라 의료 시스템과 국가적 차원에서도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결론: 만성 B형간염 환자는 조기 치료가 필수

이번 연구 결과는 만성 B형간염 환자에게 있어 조기 항바이러스 치료가 필수적이라는 강력한 근거를 제공했습니다. 기존의 치료 기준에서는 간수치가 상승해야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혈중 바이러스 수치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간수치와 관계없이 즉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특히, 치료군에서 간암, 간부전, 간이식 및 사망 위험이 대폭 감소한 점은 현행 치료 기준의 개정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연구팀 역시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B형간염 치료에 대한 임상 진료지침과 건강보험 급여 기준 조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

• 임상 진료 가이드라인 변경: 간수치와 관계없이 간염 바이러스 농도가 중등도 이상이면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하는 방향으로 개정 필요
• 건강보험 급여 대상 확대: 현재보다 더 많은 환자들이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 확대
• 대중과 의료진의 인식 개선: 만성 B형간염의 조기 치료 중요성에 대한 환자 및 의료계의 인식 제고

이번 연구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한국과 대만의 22개 센터에서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 학술지 '란셋 위장병학·간장학(The Lancet Gastroenterology & Hepatology)' 최신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이는 만성 B형간염 치료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중요한 연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연구 결과가 의료정책에 반영되어, 더 많은 B형간염 환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